“멈춤”이 품은 거대한 기회
부산 기장 앞바다의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첫 전력을 보낸 이래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그리고 2025년 6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9 천여 쪽에 달하는 해체계획서를 승인하면서 이 거대한 설비는 전력 생산기에서 산업·기술·환경 플랫폼으로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해체에만 12년, 투입 예산 1 조 7 백 억 원. 그러나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폐쇄를 위한 지출’이 ‘신산업 개척’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론
1. 기술·정책·환경, 세 축이 만든 퍼즐
- 기술적 난이도
• 제염 → 원격 절단 → 폐기물 분류 → 고준위 운송 → 부지 복원이라는 5단계 프로세스
• 17만 t 가운데 2.4 %는 고선량 금속. 원자로 압력용기는 특수 로봇이 물속에서 100 ㎜ 두께로 슬라이스해 밀봉
• 모든 공정에서 연간 피폭선량을 0.1 mSv 이하로 묶어야 한다 - 정책적 의의
• “건설→운영→해체” 전 주기 관리 체계 구축이 국가 에너지안보의 핵심 지표
•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원전 25 %, 재생 30 %, 수소·기타 45 %의 에너지 믹스를 제시 - 환경·안전 과제
• 드론·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과 주민 참여형 감시단 운영
•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 및 육로·해상 복합 운송 계획 수립
• 부지 복원 완료 뒤에도 3년간 토양·지하수 샘플링을 이어가야 최종 ‘녹색 부지’ 판정
2. ‘1 조 투입’이 ‘500 조 시장’으로 바뀌는 메커니즘
해체 전문 로봇, 고감도 감마분광기, 방사성 폐기물 특수 물류, 방호복, IoT 센서 등 96개 핵심 기술과 직·간접 참여 기업 1 천여 곳이 얽힌다. 국내 연구기관은 “해체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면 2050년까지 세계 시장 500 조 원 규모의 파이프라인에 진입할 여권이 생긴다”고 전망한다. 고리1호기는 ‘실물 레퍼런스’이자 ‘인력·장비 테스트베드’로 기능하며, 우리 기업은 국내 실적→해외 수출의 두 단계를 동시에 노린다.
3. 담당 섹터별 수혜주 5선 & 상세 업체 설명
| 원전 정비·제염 | 한전KPS(051600) | 57,400원 | 15.1배 | 제염·유지보수 독점 |
| 원격 절단 로봇 | 티에스아이(277880) | 5,280원 | 4.8배 | 수중 절단 로봇 |
| 폐기물·기자재 | 두산에너빌리티(034020) | 62,400원 | 90배(12M) | 해체 특수강·설비 |
| 방호복·안전장비 | 한컴라이프케어(372910) | 3,180원 | 12.0배 | 방사선 방호복 |
| IoT 센서·모니터링 | 지오엘리먼트(311320) | 6,630원 | 25.1배 | 방사선·액위 센서 |
*2025 년 7 월 3 일 종가 기준.
■ 한전KPS ― “원전 주치의”에서 “해체 조력자”로
- 사업 영역 : 국내 모든 가동 원전의 정비·시험·점검을 사실상 독점한다. 해체 단계에서는 제염·절단 설비 운용, 피폭 관리, 방사선 안전 교육까지 총괄.
- 강점 : 40년 누적 데이터와 인력 풀. 발전 5사 대상 안정적 장기 계약 구조로 현금흐름이 견조하다.
- 변화 포인트 : 전체 매출의 10 % 내외가 해체 사업에서 발생할 전망. 월성, 한빛, 고리2·3·4호기로 확대될 때 반복 매출이 고정비를 흡수해 ROE 개선이 예상된다.
- 있을 법한 질문 : “탈원전 기조가 되면?” → 해체 물량은 증가하므로 오히려 일감이 유지된다.
■ 티에스아이 ― 로봇 팔이 자르는 100 ㎜ 강철
- 사업 영역 : 수중 원격 절단 로봇, 방사선 차폐 드릴, 실시간 영상 피드백 시스템.
- 강점 : 국내 최초로 압력용기 수중 절단 로봇 국산화. 시험 설비에서 12시간 연속 무오류 절단 성공.
- 숙제 : 초기 R&D 비용으로 단기적 적자가 반복된다. 그러나 정부 R&D 매칭 자금과 고리1호기 실증 계약으로 수익성 전환 구간이 가깝다는 평가.
- 관전 포인트 : 로봇팔에 부착되는 ‘전동 커터 블레이드 모듈’은 소모품이어서 해체 12년 내내 반복 매출이 잡힌다.
■ 두산에너빌리티 ― 원자로를 만든 회사, 이제는 해체 기자재도
- 사업 영역 :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 제작 경험을 살려 해체용 특수강 플레이트, 대형 크레인, 폐기물 운송 콘테이너까지 풀 패키지 공급.
- 강점 : 설계도·재료 데이터·응력 해석 기술을 모두 보유해 ‘제조→해체’ 원스톱 밸류체인 구축. 해외 SMR(소형모듈원전) 및 가스터빈 수주 스토리도 병행된다.
- 리스크 : 실적 변동성이 크고 PER 부담이 존재하지만, 해체 기자재와 SMR 수주가 동시 가시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가능.
■ 한컴라이프케어 ― 방호복에 ICT를 입히다
- 사업 영역 : 방사선 차폐 소재의 방호복, 음성·체온·피폭량을 실시간 전송하는 스마트 마스크·공기호흡기.
- 강점 : 국내 군·소방·원자력 분야 방호복 납품 1위. 스마트웨어 융합으로 부가가치 확대.
- 실적 포인트 : 방호복은 계약 단가보다 납기 안정성이 중요하다. 고리1호기 전담팀 2800명에 모두 착용될 경우, 연평균 15 % 이상의 매출 성장 여지.
- 장기 비전 : 방사선·화학·바이오 재난 대응 멀티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 저변 확장.
■ 지오엘리먼트 ― 센서가 만드는 ‘투명한 해체’
- 사업 영역 : 초음파 액위 센서, 고감도 방사선 검출 모듈, 작업자 위치 추적 시스템.
- 강점 : 방사선·초음파 융합 기술 특허 40건 이상. 해체 현장에 ‘센서 → 게이트웨이 → 클라우드’ 풀 스택으로 공급해 데이터 수집부터 AI 분석까지 지원.
- 수익 모델 : 하드웨어 판매 + 월 구독형 데이터 서비스. 내수 시장을 넘어 반도체·우주항공 설비 모니터링으로 외연 확대 중.
- 잠재 변수 : 정부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아 수주 공백이 리스크지만, 고리1호기 경험으로 해외 플랜트 쪽으로 레퍼런스를 옮기면 매출 다변화가 기대된다.
결론 ─ “폐쇄”가 “개척”으로 이어지는 시간
고리1호기 해체는 낡은 설비를 치우는 행위가 아니다. 국가가 에너지 패러다임을 ‘사용’에서 ‘복원·순환’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실험이다. 해체 과정에서 축적될 기술과 데이터는 해외 500 조 원 시장을 두드리는 문이 된다. 그 문을 여는 주체가 바로 한전KPS·티에스아이·두산에너빌리티·한컴라이프케어·지오엘리먼트 같은 기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 테마가 아니라 12년간 이어질 장기 공정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안전성”과 “투명성”이라는 키워드가 확보되는 순간, 이들 기업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고리1호기의 “멈춤”은 대한민국이 원전 관리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첫 페이지다. 지금의 준비와 실행이 성공적으로 쌓인다면, 우리는 ‘해체 기술 수출국’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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